새로운 광화문 광장 현상공모
/오래된 이상이 새로운 미래에 이어지다.
“산조는 남도 시나위의 구슬픈 즉흥성과 판소리의 다양한 장단형식을 차용한 기악독주곡으로, 한국음악의 기풍∙ 열정∙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한 연주양식이다. 그러한 산조의 가장 큰 특징은 연주양식으로 제도화된 장르이지만 연주자의 능력과 감성에 따라 새로운 감수성과 열정과 형식으로 변주되어 다양한 깊이의 영감이 제각각 발현되어진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산조가 학습되고 보존되는 양식과는 다른 차원으로 새롭게 생성되거나 창조되는 것도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산조의 음악적, 정신적, 성격을 규명하는데 있어 질 들뢰즈(Gille Deleuze)의 저서 <차이와 반복>은 매우 유사한 본질을 갖는 텍스트라 할 수 있다. 이를 응용하자면, 주어진 영토에 정착하지 않고 새로운 욕망의 흐름을 만들어 유목하는 탈영토화로서의 산조는 비단 전통음악과 연주기법과 스타일의 변이들을 생성할 뿐 아니라 산조의 음악적 표현과 정신적인 계승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이산적 외연(Discrete Extention)’의 원리에 바탕한다.”
– 이동연(한국종합예술대학교 교수) 강연 중 발췌
산조(散調)가 무형의 문화유산으로 아름답게 계승되는 것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전통악기가 소리 내어지는 독특한 방식에 있다. 그저 누르거나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이면서도 미끄러지듯 연결되어 있고, 부드럽게 흐르는 듯하지만 강하게 튀겨내고, 소리를 흘려 내리다가 다시 격하게 올려 치는 등 매우 섬세하고 매력적인 방식으로 소리를 생성하는데, 여기에는 우리 민족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와 사상과 감성이 농도 깊게 함축되어 녹아 있다. 이러한 정서와 태도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시대의 이상과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이후 발전되고 숙성된 국가이념과 시민의 정서가 동시에 반영되어 세밀하게 침투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스케일의 기본 틀을 찾는 작업의 과정이다. 새로운 광화문 광장이 의미 있는 추억과 싱그러운 휴식으로 가득 찬 일상의 장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