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ㄱ | ㄱㄹ 공간과 그림

 

밤하늘의 별자리들은 균형이 잘 잡힌 그림으로 하늘의 공간을 해석한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별자리를 지어내는 일을 했던 사람들은, 아마 다른 하늘로부터 한두 개의 모자란 별을 새로 가져오거나 주변의 다른 별들을 치우거나 조금씩 옮겨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별들을 잘 들여다본 후 그 관계와 질서를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서야 별들을 연결하여 별자리를 완성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균형 잡힌 그림은 정확히 고정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오히려 매우 자유로운 움직임을 상상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고,

인류의 상상력과 시간이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층이 겹겹이 오버레이 되어 철학과 합리성과 아름다움까지 더해진 탄탄함으로 우리 삶에 녹아 있다.

그림은 공간의 폭넓은 변주를 가능하게 하는 기준 오선지와 같다.

 

 

김경란  Kim Kyungran

 

건축물과 그 내부의 공간은 도시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와 자연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

또한,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자리와 방향, 모서리, 벽, 허공 등등의 공간은 소유하지만 스스로 어떤 건축환경이 본인에게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공간의 시작과 끝에 해당하는 ‘땅의 밑그림’이나  ‘피부와 맞닿는 스킨으로서의 공간’은 정작 삶의 우선순위에서 아예 밀려나 있고,

순간의 표상적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건축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단순한 가구처럼 보이는 한 개의 모듈아이템이 어떤 합리적인 시스템과 시나리오로 적절하게 응용되어 조합된 공간을 이루며,

더 나아가서 건축물 전체와 도시와 자연에까지 에너지를 이어간다고 생각한다.

1986년 건축대학에 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공간’과 ‘땅그림’에 대한 ‘찾기’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모두에게 소중한 각자의 건축환경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질 수 있도록, 잘 맞아서 오래도록 입고 싶은 옷처럼 공간으로 지어내려 한다.